심장외과의 모든 것: 당신이 몰랐던 생명과학의 최전선
우리가 흔히 심장을 “생명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멈춤이 곧 생명의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장을 수술로 다룬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극한의 정밀함, 고도의 술기, 무한한 책임감이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학의 한 분야가 바로 **심장외과(Cardiothoracic Surgery)**입니다.
이 글에서는 심장외과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각 세부 분야를 가장 전문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고급 지식까지 포함해 소개하겠습니다. 단순히 “심장을 수술하는 의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 안에 숨은 엄청난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죠.
1. 심장외과란 무엇인가?
심장외과는 정확히는 흉부심장혈관외과라고 부르며, 심장, 대동맥을 포함한 주요 혈관, 폐와 식도 등 흉부 장기를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전문 영역입니다. 이 중에서도 본격적인 '심장외과'는 다음과 같은 질환들을 수술로 치료합니다:
- 관상동맥질환 (협심증, 심근경색 등)
- 심장판막질환 (승모판 협착증, 대동맥판막 역류 등)
- 선천성 심장기형 (VSD, ASD, TOF, 단심실증 등)
- 대동맥류, 박리, 파열
- 심부전 및 심장이식 대상 질환
- 부정맥 수술 (Maze 수술 등)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인공 심폐기계를 사용해야 하고, 수술 시간은 4시간에서 10시간 이상에 이르며, 단 1mm의 오차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고위험 고정밀 외과’로 분류됩니다.
2. 성인심장외과: 생명을 되돌리는 정밀한 공학
관상동맥우회술(CABG)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원인인 관상동맥 폐색을 해결하는 대표적 수술입니다. **자신의 혈관을 채취하여 막힌 부분을 우회(bypass)**시킵니다. 주로 사용하는 혈관은 내흉동맥(LIMA), **하지정맥(GSV)**입니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점: LIMA를 사용할 경우 10년 이상의 우수한 개통률을 유지하며, 실제로 스텐트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심장판막수술
기계판막 또는 돼지/소에서 유래한 조직판막을 사용해 교체하거나, 기존 판막을 복원하는 수술입니다.
- 기계판막: 반영구적이지만 평생 와파린 복용
- 조직판막: 자연스럽고 항응고제 불필요하나 내구성은 10~15년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 기계판막 삽입 후 INR 수치를 2.0~3.0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뇌출혈 혹은 색전증 위험이 매우 높아지며, 감기약조차 복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대동맥수술
흉부대동맥류, 박리 등은 인공혈관으로 치환합니다. 대표적으로는 Bentall 수술이 있으며, 대동맥 근부+판막+관상동맥 기시부까지 함께 치환합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내용: 대동맥 박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Stanford A형은 발병 후 48시간 내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50% 이상입니다.
3. 소아심장외과: 작은 심장에 깃든 복잡함
선천성 심장기형은 태아의 심장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형입니다. 복잡 기형일수록 생후 수일 내 수술이 필요하며, 미세한 구조를 교정하는 고난도 수술이 많습니다.
주요 질환
- VSD/ASD: 가장 흔한 기형, 심실 또는 심방 사이 벽에 구멍
- TOF(팔로사징후): 폐동맥 협착, 심실중격결손, 우심실 비대 등 4가지 이상 복합기형
- TGA: 대동맥과 폐동맥이 뒤바뀐 상태 → 생존 위해 즉시 Jatene 수술 필요
- 단심실증: 좌우심실 중 하나가 없는 상태로, 3단계 수술 (Norwood → Glenn → Fontan) 필요
고난이도 기술
- 심정지 순환과 저체온유도: 심장을 멈추고 체온을 18~20도로 낮춰 대사율을 줄이고 뇌손상을 예방
- 3kg 미만 신생아 수술 시 출혈량 수 mL로도 생명 위협
일반인이 잘 모르는 사실: 소아기에 수술한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도 성인이 되어 재수술, 부정맥, 심부전 등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치라기보다는 ‘관리’에 가까운 질환입니다.
4. 부정맥 수술: 심장의 리듬을 조절하는 외과
Maze 수술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빠르게 수축하는 질환입니다. Maze 수술은 심방 내 전기 전도 경로에 인위적인 ‘미로’를 만들어 정상 전기 흐름만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 전통적 Maze III 수술: 심방 절개
- 비절개형(Maze IV): 고주파, 냉동, 초음파로 절개 없이 전도 차단
좌심방이(LAA) 절제
심방세동에서 혈전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인 LAA를 절제하여 뇌졸중 위험을 크게 줄이는 수술입니다.
대부분 모르는 점: 약으로 조절되던 부정맥도 구조적 원인이 있으면 Maze 수술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고, 약 복용 없이 심장 리듬 정상화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수술입니다.
5. 심장이식 및 인공심장: 마지막 희망의 수술
심장이식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말기 심부전으로 진단되고, 기증자와의 적합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감염이나 신장독성 등도 수시로 관리해야 합니다.
- 1년 생존율: 약 85%
- 5년 생존율: 약 70%
인공심장 (VAD)
**LVAD (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는 좌심실이 약한 환자에게 외부 전원을 이용해 심장을 보조하는 장치입니다. 일부 환자에게는 심장이식까지의 다리(bridge to transplant) 역할을 합니다.
숨겨진 현실: LVAD는 배터리와 컨트롤러를 몸 밖으로 착용해야 하고, 매일 감염 여부 확인, 전원 연결, 배터리 충전 등 일반인보다 훨씬 복잡한 일상이 됩니다.
6. 대혈관 및 하이브리드 수술: 기술의 융합
TEVAR/EVAR
대동맥류나 박리 환자에게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는 시술입니다. 특히 고령자, 개흉 불가 환자에서 효과적입니다.
- TEVAR: 흉부 대동맥
- EVAR: 복부 대동맥
모르는 사실: 스텐트 삽입 후에도 3~6개월마다 CT 추적 검사가 필수입니다. 스텐트가 이탈하거나, endoleak이라는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Hybrid OR)
혈관조영과 외과 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특수 수술실입니다. 복잡한 대동맥 수술이나 복합기형 수술에서 실시간 혈류 확인이 가능하며, 치료 성공률을 높입니다.
7. 미래의 심장외과: 정밀의학과 융합기술
심장외과는 이제 단순히 메스를 들고 절개하는 시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 TAVI/TAVR: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대해 시술로 인공판막을 삽입
- 로봇수술: 3D 영상과 로봇팔을 이용해 미세 수술 가능
- AI 기반 수술계획: 해부학적 구조를 3D 분석하여 맞춤 수술
- 3D 프린팅 및 바이오프린팅: 미래에는 환자 맞춤형 인공심장 가능성
8. 심장외과 전문의가 되는 길과 현실
심장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 의대 6년 → 인턴 1년 → 외과 전공의 4~5년
- 흉부외과 펠로우 2~3년 → 전문의 자격시험 통과
수술은 매일 긴장 속에 이루어지며, 하루 10시간 이상 수술, 야간 응급수술, 환자의 사망과 회복을 반복해서 겪는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극심한 분야입니다.
마무리: 단순한 수술이 아닌, 생명의 공학
심장외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의학의 그 이상의 세계입니다. 단순히 심장을 절개하고 봉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복원하며, 나아가 기술과 융합해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분야입니다.
심장외과 의사는 생명을 1mm 단위로 지키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 이 작은 펌프를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기술, 인내와 희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끼셨기를 바랍니다.